“농사보다 센터가 먼저라예.”진전면 · 1934년생 김 어르신
아흔이 넘어도 밭을 못 놓으시는 어르신입니더. 장염으로 입원했다 나오시고는 다리 힘이 확 빠졌는데, 그래도 아침만 되면 밭에 나가시니 자식들이 애가 탔지예.
넘어지기라도 하면 우짜노 싶어서.
처음 며칠은 말도 잘 안 하시고 구석에 앉아 눈치만 보셨어예. 평생 밭하고 집밖에 모르고 사신 분한테 이런 데가 오죽 낯설었겠습니꺼.
그래서 우리도 억지로 뭐 시키지 않고 농사 얘기부터 물었어예. “올해 고추 농사는 좀 됩니꺼?” “그 밭은 언제부터 하셨어예?” 하니까 그제야 말문이 트이시더라고예.
센터가 좀 머니까 오시는 길에 송영차 안에서 들판 지나가는 거 보시는 것도 좋아하십니더. “저 논 저거 물 잡았네” 하시면서예.
요새는 밭일보다 센터를 먼저 챙기십니더. 차 올 시간 되면 마당에 나와 기다리세예.
당뇨에 고지혈증 있으시니 드시는 양 챙기고, 다리 운동은 딱 무리 안 갈 만큼만 합니더.
“밭에 혼자 나가 계실까 봐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는데, 센터 가 계시는 동안은 안심이라예.” — 따님
“천천히 하셔야 오래 하십니더.”조 어르신 · 주 3회에서 주 5회로
양쪽 무릎 다 인공관절 넣으시고, 허리도 부러진 적 있고, 뇌경색까지 오신 분입니더.
집에서는 종일 누워서 TV만 보셨어예. 할 일이 없으니 밥도 대충 거르시고예.
그래도 속으로는 “다시 걷고 싶다”는 마음이 꽉 차 있는 분이라예.
센터 오시고부터는 오히려 운동을 너무 하려고 하셔서 우리가 말리는 게 일입니더. “천천히 하셔야 오래 하십니더” 하면서 옆에서 붙잡아예.
교회 오래 다니신 분이라 성경 얘기로 말문을 텄고예, 틀니에 당뇨 있으시니 밥은 부드럽게 해서 드립니더.
처음엔 주 3회만 오시다가 어르신도 보호자도 더 오고 싶다 하셔서 주 5회로 늘었어예.
요새는 옆자리 어르신 그림 보고 “그거 잘 그맀네” 하고 먼저 칭찬도 하십니더.
처음엔 당신 하고 싶은 대로만 하시던 분이 인자 남 기다려 줄 줄도 아세예.
“오늘 국은 미역국이고, 오른쪽에 있습니더.”전 어르신 · 눈과 귀가 불편하신 분
녹내장이 오셔서 눈앞에 뭐가 있는지 잘 안 보이고, 귀도 많이 어두운 어르신입니더.
영감님 먼저 보내시고 마을 끝집에서 혼자 지내시다가 여러 번 넘어지셨어예.
고혈압에 당뇨, 심장도 안 좋고 무릎 수술까지 하셨으니 걸음이 오죽 불안했겠습니꺼.
그래서 우리가 먼저 어르신 눈이 되고 귀가 되기로 했어예. 말씀드릴 땐 그나마 잘 들리는 오른쪽 귀에 대고 크게, 천천히예.
밥 드실 때는 “오늘 국은 미역국이고 오른쪽에 있어예, 김치는 요 앞에 있고예” 하나하나 짚어드리고, 그담엔 손수 드시게 기다립니더.
워커 잡으실 때도 손 옆에 딱 붙어 안내하고, 문턱 있으면 “여 턱 있어예” 미리 말씀드려예. 체조도 눈으로 보라 카는 게 아이라 옆에서 손 잡고 같이 움직입니더.
처음엔 뭐가 우째 돌아가는지 모르시니 가만히 앉아만 계셨는데, 인자는 우리 목소리만 들어도 “어, 왔나” 하고 먼저 웃으십니더.
더울 때, 추울 때 찾아오는 곳조 어르신 · 배우자와 함께 사시는 분
영감님하고 둘이 집에서 지내는 걸 제일로 여기시는 분입니더.
예전에 방문요양도 써 봤는데, 남이 집에 들어오는 게 영 불편하다 하셨어예. 뭐든 당신 손으로 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라예.
그란데 한여름 더울 때, 한겨울 추울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더. 골다공증에 허리 디스크 수술, 양쪽 무릎 인공관절, 백내장 수술하고는 사물이 겹쳐 보이는 것까지. 몸이 지치면 마음도 같이 가라앉으시더라고예.
그럴 때 어르신이 센터에 오십니더. 매일은 아이고예, 힘들 때 잠깐 와서 쉬었다 가시는 둥지처럼 씁니더.
오시면 그날 아픈 데부터 살피고 물리치료랑 균형운동 하고예, 옷 정리나 밥은 당신이 하시게 기다립니더.
꼭 필요할 때만 손 내밀고, 아닐 땐 기다리는 게 이 어르신한테는 맞더라고예. 그래야 자존심도 안 상하고예.
두 분만 계시다 무슨 일 날까 걱정하던 따님이, 인자는 철 바뀔 때쯤 먼저 전화를 주세예. “어머니 또 힘들어하시는데 부탁 좀 드려예” 하고예.